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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봄에 7년의 밤의 진입장벽을 뛰어넘고 28까지 거침없이 휘몰아쳤지만, 종의 기원은 약간 텀을 두고 읽고 싶었다. 그렇게 다른 책들을 읽으며 3달이 지났다. 날이 어느새 더워졌고, 이젠 정말 '싸이코패스 3부작'의 정점을 찍을 때가 왔다. 도서관에서 정유정의 책을 빌려왔다.


  책을 펼치기 전에 가지고 있던 사전정보라곤 그저.. 정유정 작가의 대표작 시리즈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란 것 정도? 백지 상태에서 들어갔다. 앞의 두 작품 모두 감명깊게 읽었기에 이번엔 또 어떤 세계에 들어갈 지 기대했다.



  처음에 읽을때만 해도 앞의 두 작품과 이야기 구성과 비슷할거라 생각했다. 초반에 작품 속 당연히 주인공이 실수하고 싸이코패스에게 괴롭힘당하다 싸울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초반에 주인공에게 엄한 일이 일어날 때만 해도 또 무슨 실수를 저질렀는지, 누구 짓인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근데, 이번엔 지난 두 작품만큼 초반부에 독자에게 상세히 어떤 상황인지 털어놓지 않는다. 뭔가 퍼즐을 의도적으로 구석에 쟁여두고 보여주고 싶은 퍼즐만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설명보단 주인공 본인의 감정묘사에 치중했다. 지금까진 작가가 여러 인물의 시점에서 상황 및 심리 묘사가 된 반면, 이번엔 오로지 주인공의 눈으로만 진행되었기에 그랬을지도..


  그렇게 이야기를 찬찬히 따라가는데, 어째 가면 갈수록 이상하다..? 뭔가 싸해...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 베일이 하나하나 밝혀졌다. 아니, 주인공의 '치부'가 드러났다. 보통 정유정 작가의 작품마다 싸이코패스가 하나씩 나오는데, 그 싸이코패스가 이번 작품엔 주인공 본인이었다(....). 아, 의도적으로 숨겼구나...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지? 오로지 자기변명과 회피, 합리화에 급급한 인간쓰레기. 1급 프레데터, 최상위 포식자. 하나하나 밝혀지며 한유진이란 인간의 추악한 민낯이 까발려진다. 그 와중에도 정당화하기 바쁘다. 이 세상의 모든 법, 도덕이 파괴된다.


  끝까지 읽고 보니 이 작품에서 초반에 왜 지난번만큼 상세히 설명하지 않았는지 이해했다. 주변에서 싸이코패스를 지켜보는 것만으론 부족했나보다. 이젠 정말 싸이코패스가 되어 파고들었다. 싸이코패스가 으레 그렇듯, 그들은 남을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주변 인물들은 도구일 뿐이다. 그러니 쳐다보는 게 시간낭비일 뿐. 싸이코패스의 속내를 낱낱이 그려내는 게 절대적으로 중요했겠지.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작가가 몇 번이고 갈아엎었다고 했는데, 왜 그랬는지 충분히 공감했다. 저세상 사고방식을 담아내야 하는데 말만 들어도 어렵구만..


  지난 2번의 작품에선 싸이코패스가 있었음에도 일말의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지만, 이번엔 그딴 거 없었다. 그야말로 한유진 본인만 노났을, 정말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엔딩이었다. 아주 찜찜하다. 좀 격하게 말하자면... 치가 떨릴 정도로 ㅈ같은 엔딩이다.[각주:1] 아오 진짜!!


  싸이코패스 3부작의 정점을 찍었다. 그야말로 악의 끝을 보고 왔다. 

 



  1. 글이 이상하단 게 아니다. 그냥 비극 중의 비극이란 뜻.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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