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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룡알해변에서 탄 버스는 쏜살같이 면사무소로 향했다. 무사히 도착한 후 다음 버스시간을 봤는데, 바로 이어져서 온다!? 근데 5분이 넘어도 버스가 오지 않는다....? 5분 더 기다렸는데도 오지 않는다...? 시간이 계속 지체되는데 마냥 기다릴 순 없었다. 지도로 거리를 보니 1.5키로... 30분 정도 걸리겠군... 방법이 없다. 결국... 걸어가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걸어가는 길은 정말 뜨거웠다! 안개와 구름이 모두 걷힌!!! 강렬한 햇살 아래!!! 7월 한여름!!! 1시를 바라보는 대낮!!! 미치는 줄 알았다.. 실시간으로 온 몸의 피부가 익어갔다. 1분 1초가 달랐다. 검붉게 변하고 있었다. 그저 빨리 목적지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중간중간 보이는 바다 풍경 덕에 겨우 버틸 수 있었다.


  그렇게 약 30분 걸어갔더니, 초등학교가 나오고, 거기서 조금 더 걸어가니 세연정 입구가 나왔다. 지금껏 고생한 것을 조금이나마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일단 그 앞에 있는 아주머니에게서 얼음물 한 개 사먹었다. 원래 그런 가게에서 잘 안사먹지만, 이 땐 도저히 버틸 수 없어 하나 사먹었다. 급하게 목을 축이고선 본격적으로 윤선도원림 내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방문자센터의 기와지붕.

  여긴 그야말로 '안빈낙도'란 말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분위기좋은 연못이었다. 윤선도가 직접 조성하셨다고.. 정말 보기만 해도 마음이 느긋해졌다. 다만 당대에 알아주는 정치 파이터(.....)였던 윤선도를 생각하면 뭔가 역설적인 공간이기도. 고향에서 이 숲을 보며 들끓는 마음을 달래셨으려나.

  연못 주위로 산책로가 나 있는데, 연못 물도 맑고 나무그늘 속의 산책로도 서늘했다. 햇살은 여전히 뜨거웠지만 그늘을 전전하며 흙길과 푸른 숲, 맑은 연못을 돌아다니니 힘이 났다. 게다가 연못 앞의 세연정은 정말 자연과 어우러진 집의 정석이었다. 이런 공간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록 버스 시간에 쫓기는 바람에 연못 주변, 세연정만 보고 급히 나와야 했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행복했다.





세연정 가는 길.







세연정과 그 주변.

정자에서 숲길을 바라보며. 베스트컷.


  돌아오는 길에 있는 초등학교 풍경과 전깃줄, 들꽃 모두 정겨웠다. 다음엔 조금 더 느긋하게 돌아다니며 이 주변에 있는 숲까지 모두 돌아보리라. 기회가 생기겠지...?




돌아오는 길.

  좋은 풍경을 두고 다시 정류소로 걸어갔다. 어느새 1시가 넘은 시각. 아까보다 훨씬 더한 열기였다. 위에선 햇살!!! 아래에선 아스팔트 열기!!! 으악!!!!! 특히 이 때 발이 엄청 탔다. 샌들 신으면서 실수로 선크림을 제대로 안 발랐더니 이런 참사가.. 샌들 자국이 지금도 남아있다...

  그래도 빨리 움직인 덕에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었고, 주변을 둘러볼 짬이 생겼다. 덕분에 돌아오는 길에 저 멀리 보이는 바다를 놓치지 않고 온전히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에메랄드 빛의 바다는 이곳이 왜 다도해해상 국립공원 구역으로 지정되었으며, 제주도와 가장 비슷한 느낌이 나는 바다로 칭송받는지 몸소 증명했다.

캬...


  중간중간 지나가는 차를 붙잡아 히치하이킹 하고 싶었지만, 어쩌다보니 그냥 걸어서 눈요기, 폐 정화 및 광합성(...)을 맘껏 했다. 그렇게 걷고 걸어 다시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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