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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따금씩 서점에 갈 때마다 눈에 띄던 그 책. 언젠가 꼭 읽어야겠다 맘먹었던 책. 하지만 그 때마다 이상하게 다른 게 먼저 눈에 들어와 뒷전으로 밀렸던 책. 작은 크기에 일러스트 없는 보랏빛 표지라 그랬던걸까. 그러나 이번만큼은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마침 내가 자주 가는 도서관에 책이 진열되어 있었다. 기회가 왔을 때 읽어야지. 여행의 이유를 반납함과 동시에 책을 빌려왔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기주 작가의 일상 에세이다. 일상 구석구석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놓치지 않고 몇 마디 글로 담아냈다. 그야말로 작가의 일상적인 생활상이 담겨있었다. 친구부터 지하철의 노부부, 집의 경비아저씨, 그리고 함께 걸어가던 모자(母子) 이야기까지.. 작가가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의 자식같은 책이라 했는데, 충분히 납득되었다.


  그래서 글귀 하나하나 꾹꾹 눌러담으셨구나. 작가가 머리말에 "섬세한 것은 대개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예민합니다."라고 하며 글을 시작하는데, 문장, 단어 그 어느것도 허투로 쓰지 않았다. 그 누구보다 언어의 온도를 아는 사람이기에. 마치 햇살 좋은 잔디밭에서 자국걸음으로 돌아다니며 식물 하나하나 세세히 살펴보는 느낌이랄까. 마침 책 크기도, 폰트도 작다. 그 잔디밭에 함께 있으면 나긋한 목소리로 세상사를 나눌 것 같다. 자연스레 책장이 느리게 넘어간다.[각주:1]


  그 덕에 마음 한 켠에 훈기가 돈다. 비록 모든 소재가 따뜻한 건 아니지만, 그가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뒤에서 등을 토닥이고 있는 듯하다. 특히 요즘같이 혐오가 만연한 시대 속에서 이런 온기 가득한 책이 절실했고, 그래서 많은 분들이 찾았으리라. 아마 작가도 따뜻함을 전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1. 다만, 이번에 100쇄 특별판은 폰트 크기를 키운다고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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