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이석원 - 2인조
2021년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환경변화 때문에 2020년 마지막 한 달 내내 야근과 주말출근이 이어졌다.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들 속에서 정신차릴 틈조차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여유조차 없었기에 매 순간이 당혹스러웠다. 아주 끔찍한 시간이었지. 그렇게 진이 빠진 채 2020년을 마무리했고, 2021년의 새해 연휴까지 그 무기력함이 이어졌다.
그러다 어느새 연휴의 마지막날이 왔다. 이대로 아무것도 안한 채 연휴를 마무리할 순 없다는 생각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 한강을 넘어 종로에 도착했고, 뚜렷한 목적지 없이 정처없이 떠돌다 어떤 책이 있나 표지라도 구경할 요량으로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다. 흐리멍텅한 눈으로 진열대를 둘러보는데, '이석원'이란 이름이 내 눈동자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이석원이라니... 신간이라니!! 원래 진열대에서 몇 글자 읽어본 다음 온라인으로 책을 구매하는 편이지만, 이번엔 한 치의 망설임 없이[각주:1] 그 자리에서 바로 책을 집어들었다. 믿고 보는 이석원이니까.
비로소,
더이상 타인과 세상이 아닌 나 자신에게로 시선을 돌린 이석원의 새로운 산문
『보통의 존재』, 『언제 들어도 좋은 말』 등의 산문집을 통해 삶에 대해 집요하게 탐구해온 작가 이석원이 새 산문집을 펴낸다. 이 책은 일상 속 스트레스에 지쳐 어느 날 몸도 마음도 무너져버린 한 사람이 그런 자신을 다시 일으켜세우기 위해 보낸 일 년간의 시간을 담은 기록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언제나 타인과 세상의 시선만 좇으며 살았지 스스로에게는 얼마나 무관심했는지를 깨닫고 늦게나마 자신과의 화해를 시도한다.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깨달아가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십오 년 만에 다시 마음의 치료를 하러 병원에 다녀온 뒤로, 난 나를 구원할 것은 단순히 의사와 약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내 삶 전반을 돌아보고 고치고 정리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내내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저 한 개인의 비과학적 추정 따위가 아닌, 길고 꼼꼼한 의학적 탐색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생의 반환을 넘긴 한 사람이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다가올 남은 생을 도모하기 위해 쓰는, 한 해 동안의 기록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_ 본문 중에서
우리는 누구나 날 때부터 2인조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과 잘 지내는 일이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출판사 제공]
2021년 봄, 이 위까지 적어두고선... 3년 반 동안이나 방치되었더니 기억이 휘발되었다. 다행히 당시 적어두었던 메모는 온전히 남아있기에, 그 메모만 붙여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지만, 아무쪼록 즐겁게 읽어주시길..
보통의 존재가 냉소고,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이 조금 둥글어졌다면, 이번 글에선 확실히 온풍이 불었다. 이석원만이 쓸 수 있는, 이석원다운(?) 치유기. 그런 만큼 기존의 이석원 에세이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이 그의 틀 속에서 조금씩 변했다면, 이번엔 그 틀을 조금씩 변형해나가는 느낌.
이 분의 책에 왜 이렇게 몰입이 잘 될까 생각해봤는데, 예전엔 '나에게'도 그런 면이 있기에 공감하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젠 '누구든' 속에 그런 모습을 지니고 있으니 공감받는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엽서가 있었는데,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조용히 자신만의 화단을 가꾸는 것.'이라는 말에 백번 공감했다.
괜히 책을 읽으면서 나도 함께 나이먹으며 함께 가는 느낌이 들었다. '내적 친분'...까지는 아니겠지만. 이래저래 회사에서 치이고 까이는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내 편을 찾아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언젠가 나 역시 내 글이나 내 사진을 통해서 이런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런 마음이 있기에 이석원의 글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다.
- 바로드림으로 책을 주문한 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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