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113> 울진, 불영사
망양정에서 읍내로 돌아오면서 이미 이번 여행 목표는 다 이뤘다는 생각이 들면서 다음 일정에 대해 고민되기 시작했다. 불영사를 가지말고 바로 다른 곳으로 넘어갈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만약 넘어간다면 어디로 갈까 생각해봤다. 예천으로 가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고, 영덕은 적절한 듯 보였다. 그런데, 불영사에 들르지 않고 바로 영덕으로 가면 바다만 계속 보는 셈이고 그러면 지루할 것 같았다. 그래서 원래대로 불영사에 가기로 결심했다. 일단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근처 빵집에서 소보로 한 조각 먹은 후 10시가 되어 불영사행 버스를 탔다.
군청에서 불영사까지 가는 데 30분 정도 걸렸다. 정류장에 내리자마자 다음 버스를 확인해봤는데, 아뿔싸... 다음 버스가 1시 반이다(....) 불영사에서 거의 3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었다. 거기다 산골짜기로 오니 읍내와는 비교도 안되게 춥다! 불영사행 버스에서 어르신이 오늘 울진 최저기온이 영하 12도랬는데, 그 말을 새겨들었어야 했다. 정말 춥더라(...) 햇살이 비치는 곳은 그나마 괜찮은데, 그늘로만 가면 장갑을 껴도 추웠다. ㅠ_ㅠ 이런 날씨에서 3시간 버틸 생각하니 막막했다(...). 여태까지 여행 때마다 돌발상황이 적어도 한번은 생겼었는데, 이번 여행에선 무난히 넘어가나 싶더니 드디어 생!겼!다!
머릿속에 맴도는 3시간을 질질 끌며 입구 지도를 보니 주차장에서 불영사까지 1.5Km 정도 걸어가야 했다. 원래 같았음 길다며 투덜댔을 텐데, 이 땐 그나마 이걸로라도 시간 끌 수 있겠다는 마음에 반가웠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천천히 있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불영사 입구를 건넜다.
불영사 입구.
입구를 지나 이어지는 숲길.
불영사 계곡 위를 건너는 다리.
다리 위에서 바라본 계곡과 산줄기.
그렇게 다리를 건너 길 따라 쭉 걸어가니 불영사가 나왔다. 처음엔 허허벌판에 기와집 서너 개 있길래 허망하다 싶었는데, 조금 더 걸어가니 본 모습이 나오더라.
불영사는 청도 운문사, 예산 수덕사와 같은 비구니 사찰이라 하더라.
불영지 옆 불상과 불영사 전경.
불영사 약수터. 추위가 느껴지십니까? ㅠ_ㅠ
바가지(?) 아래 고드름.
그림자.
약수터. 물비늘의 빛갈라짐이 예술이다.
대웅보전과 불영사 석탑.
조금 더 머물면서 쉬고 싶었는데, 너무 추웠다(....) 게다가 저 날 동해안 지방에 건조경보가 발령날 정도로 건조한데다 바람 같은 걸 끼얹으니(!!) 툭하면 모래바람이 휘몰아치더라. 그래서 더 오랫동안 있진 못하겠다 싶어 불영사를 빠져나왔다. 입구로 나오면 어떻게든 되겠지 싶어서(...). 다시 불영계곡으로 나올 땐 왔던 길이 아닌 옆 오솔길을 따라 돌아갔다. 명상의 길이라더라.
소나무 숲.
명상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불영사 계곡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
물과 얼음이 참 맑고 깨끗한데, 춥다. 상상 이상으로 춥다(...)
겨울 불영사도 나쁘진 않았지만, 여긴 아무래도 늦봄이나 여름 쯤에 오면 더 좋을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울 때 여기 오솔길 따라 걸어가면 녹음도 맘껏 보고, 시원한 계곡물 곁에서 땀도 식힐 수 있어 피서지로 적합한 장소가 아닐까 싶다. 겨울은 좀 힘들어요(....). 그래도 겨울에 오실 생각이면 자차로 오는 게 여러모로 좋을 듯 싶다. 그리고 조금 덜 추울 때 오는 게 좋고. 그래도 경상도고 산이 그렇게 높지 않으니 괜찮을거라고 얕봤다가 힘들었다 ㅠ_ㅠ
이렇게 생각한 건 나 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입구에 있는 가게들도 11시 반이 되도록 문을 열지 않은 걸 보니 애초에 겨울엔 장사를 안하는 모양이었다. 덕분에 나는 정말 그 휑한 정류장에서 1시간 반 동안 기다려야 할 판이었다...만, 다행히 12시 5분에 울진에서 불영사로 오는 버스를 타고 조금만 가면 바로 근처에 있는 마을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버스는 1시간 후에 왔던 길을 따라 다시 읍내로 돌아가고. 1시간 반 동안 혼자 버티느니 차라리 마을로 돌아가서 밥이라도 먹고 나오자고 마음먹었다. 12시 5분에 딱 맞춰 온 버스를 타고 근처 마을로 들어갔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기 직전에 고속버스 한 대가 지나가더라. 정류장에 도착하여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니 동서울에서 영주, 봉화를 거쳐 울진으로 가는 버스였던 모양. 심지어 원래 시간보다 20분이나 빨리 지나가버린(....) 예정 시간대로만 왔으면 그 버스 타고 바로 읍내로 가는건데!! 아쉬웠다. 그래도 조금 버티다 보면 시내버스가 다시 오겠거니 생각하며 마을을 일단 둘러봤는데, 조금 가다 보니 중국집이 하나 있었다. 거기서 점심을 해결하고, 읍내 보건소에서 추위를 피하다 버스 시간에 맞춰 정류소에 나갔다. 이번에도 버스는 제 시간에 오더라. 요즘엔 시골 버스도 GPS로 시간체크 일일이 하나..? 그렇게 버스를 타고 다음에 어딜 가야하나 생각하며 터미널로 갔다.
그 다음 이야기는 머지않아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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