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의 지름 이야기. (10) - <210502> 피직 템포 오버커브 R5 클릿슈즈 (Fizik Tempo Overcurve R5) + ɑ
1.
이전 지름글사실상의 몸무게 근황 및 운동글에서 언급했다시피, 올 봄부터 증량을 위해 운동하기 시작했고, 자전거를 다시 꺼내들었다. 퇴근 후, 혹은 주말에 1주일에 1~2회 정도 라이딩하러 나갔다. 가까이 한강을 돌고 오는 것부터 시작해서 일산 호수공원까지... 특히 작년 가을에 고글도 새로 들였는데 그냥 먼지만 쌓이게 둘 순 없는 노릇이었다.[각주:1]
2.
사실 로드바이크를 영입했을 때부터 언젠가 자전거에 익숙해지면 클릿슈즈를 신어야겠다는 막연한 다짐 정도는 했었다. 물론 로드자전거에 적응도 안된데다 앞으로 얼마나 꾸준히 탈 지 장담 못하는데[각주:2] 자전거 장비에 대한 개념도 일천한 내가 기본 수십만원씩 하는 클릿슈즈를 산다는 건 말도 안되는 짓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전거로 두어번 라이딩한 후 엉덩이가 아파 자전거 옷을 한 세트 샀을때도, 재작년에 한창 자전거에 맛들려 헬멧, 계절옷, 간편한 수리공구에 전조등-후미등까지 싹 다 업그레이드 했을때도 신발은 여전히 운동화였다. '다음번엔 신발 바꿔야지'라고 생각하다가도 가격에 흠칫하고, 까다로운 사용법에 망설여지고, 잘못될까 하는 걱정에 사그라들었다.
그나마 작년에 라이딩용 고글까지 들였을 때 '이제 남은 건 클릿슈즈네?!'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물론 그 땐 더이상 지출할 여력도 없었지만.
3.
자, 이제 다시 올해로 돌아오자. 올해들어 다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는데, 한강에서 잘 빠진 클릿슈즈와 함께 쾌속 질주(...)하는 라이더들을 보고 있는데, 소리소문없이 무서운 그 분이 찾아오셨다. 이기기 어려운 그 분이 오셨다. 그리고는 이내 '내적 정당화 작업'을 하기 시작하셨다.
'이제 자전거에 적응할만큼 했잖아?' '신발만 바꾸면 라이딩 세트 완성인데!?' '요즘 딱히 데이트하는 것도 아닌데 당분간 큰 돈 나갈 일 없잖아!?' '나중에 언젠가 윗단계 자전거도 탈텐데 그 자전거도 돈값해야지? '나중에 넘어져서 비싼 자전거 기스나느니 차라리 이 자전거로 때워가며 적응하는 게 낫잖아?'(....) 이건 또다른 지름인데?! 당했다 쓰글.
아무튼, 다시금 클릿슈즈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구글링으로 클릿슈즈 브랜드 종류를 검색해보니 제법 다양한 브랜드들이 있었고, 제각기 다른 개성이 있었다. 같은 문수인데도 발 모양에 따라 실제 사이즈는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건 정사이즈로, 어떤 건 발볼 때문에 한치수 크게.. 특히 클릿슈즈는 발에 딱 맞는 제품을 신어야하기 때문에 슈즈 별 특징을 세세히 봤다.[각주:3]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띈 건 피직. 무엇보다 디자인이 내 취향이었던 데다, 칼발인 사람들이 신었을 때 잘 어울리는 듯했다. 웬만한 유럽에서 나오는 운동화들도 정사이즈로 신고 다닐 정도로 칼발인데, 이정도면 내 발에도 충분히 잘 어울릴 듯했다.[각주:4] 그래도 직접 신어보고 결정을 해야할 것 같아 실착 가능한 매장을 찾아봤는데, 정말 적절하게도 한강 자전거길 근처에 위치한 매장이 있었다! 여기서 신발 신어본 다음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딱이네. 상호명을 확인한 후, 다음날을 기약했다.
4.
다음날엔 주말치곤 제법 빨리 일어났다. 신발을 재빨리 확인하여 다른 매장에 갈지 바로 인터넷으로 주문할 지 결정할 심산이었다. 오픈한 지 얼마 안된 시간에 매장에 도착했고, 역시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마음편히 신발을 구경하고 실착하며 사이즈를 체크했다. 예상대로 너무 크지도 않고 내 발에 잘 어울렸다. 게다가 매장 점원이 싹싹하고 친절하게 대응해주니 괜히 감사했다.
그럼... 이참에 재고도 확인해볼까? 원래는 디자인 및 사이즈 체크만 할 계확이었는데, 막상 피팅하고 나니 더이상 시간끌기 싫어졌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 매장에서도 세일이 진행중이었는데, 할인율이 제법 괜찮아서 인터넷 최저가와의 가격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다. 이 정도면 피팅값+배송비+시간 아끼는 셈 치고 여기서 구입해도 되겠는데!?
하지만,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내가 찾던 블랙 색상 슈즈의 재고가 소진되었던 것. 인터넷으로 찾아보면서 딱 눈에 꽂혔던 신발이 바로 피직 템포 R5 슈즈 블랙 제품이었다. 올블랙 제품에 쓸데없는 무늬 없이 깔끔하게 나온 제품이라 질릴 일 없어보이고 때도 덜 탈것 같아 찜해두고 있었다. 근데 없다... 그나마 화이트 제품 역시 제법 괜찮은데다 재고도 있었지만, 이왕 사는 거 올블랙으로 하나 장만하고 싶었다.
생각해보면 소위 '황금사이즈' 발에 제일 잘 나가는 올블랙 제품이 세일까지 하고 있으니 재고가 없을만했다. 결국... 다른 매장을 찾아보기로 하고 매장에서 나왔다. 아까 그 점원이 천천히 맞춰보고 결정하라시더라.
5.
돌아가는 길에 인터넷으로 저렴하면서 '방문수령이 되는 곳'을 찾아봤다. 하지만, 가격이 더 저렴한 곳은 있어도 구매한 그 날 바로 방문수령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방문수령이 가능한 다른 곳은 이 모델 재고가 아예 소진되어서 입고되기까지 며칠 더 기다려야 했다. 이미 피팅까지 다 했는데 더이상 질질 끌기 싫었다.
생각해보니 클릿슈즈만 사면 끝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클릿슈즈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클립리스 페달(이하 클릿페달)를 비롯한 부속품도 같이 구매+장착해야 했고, 클릿슈즈 이용법에 대해서도 들어야 했다. 그렇다면.. 그냥 흰색으로 구매하고 오늘 세팅 끝내는 게 낫지 않을까? 아까 그 점원도 친절해서 마음에 들었고...
그렇게 마음의 결정을 내렸을 땐 이미 집 근처에 돌아왔을 때였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집에서 소화시킬 겸 쉬다가 라이딩 모드(....)로 바꾼 후 가방을 메고[각주:5] 지하철역으로 갔다. 집에서 매장까지 자전거로도 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이왕이면 체력적으로 완전한 상태에서 클릿 슈즈를 신고 라이딩하고 싶어서 매장까진 지하철로 갔다.
6.
매장에 도착해서 아까 그 점원에게 아까 그 신발을 달라고 했다. 그러자 그 점원이 내 자전거를 보고선 입문용 클릿과 페달을 추천해줬다. 잠시나마 한단계 윗등급의 제품을 달아볼까 고민했는데, 점원이 처음 타는거면 입문용으로 클릿 탈부착에 적응하는 게 낫다고 설명해줬고, 바로 수긍했다. 그렇게 클릿 슈즈에 페달, 클릿까지 모두 합해서 26만원에 구입했다.
결제가 끝나자마자 다른 점원이 자전거에 페달을, 슈즈에 클릿을 장착하러 갔다. 십수분 후에 그 분이 클릿슈즈를 신고 밖으로 나오라고 했고, 클릿 슈즈 사용법을 알려주고선 한 바퀴만 돌아보라고 하시더라. 말한대로 한바퀴 돌고 오니 자전거를 들고 안에 들어갔다 왔는데, 알고보니 안장 높이를 조절한 것이었다. 클릿 슈즈를 신으면 약간 높아져야 하니...
안장 높이까지 조절하고 나니 그 점원이 클릿 슈즈 탈부착하는 모습을 봐줄테니 지금 여기서 몇 바퀴 돌아보라고 하셨다. 특히 처음엔 소위 말하는 '클빠링'을 할 가능성이 높으니 적응해야된다고 말하더라. 그분 曰 : 클릿슈즈 신으면 세 번은 클빠링하게 돼요. 아닌 것 같죠? 저도 그랬어요 ^^... 그 말 듣고 웃은 다음 한 바퀴 돌고, 한 바퀴 더 도는데 클빠링(....). 그 분이 다 그런거라며 위로해주셨다 ㅎㅎ... 그렇게 몇 바퀴 돌다가 매장에서 나왔다. 그러고선 첫 교차로에서 잠깐 멈췄다 가려는데 클릿 빼는 거 까먹어서 철푸덕(.....). 벌써 3번 중에 2번 채웠다며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넸다 하하..
7.
그렇게 정말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한강 자전거길로 갔고, 슈즈에 적응하며 라이딩을 즐겼다. 일단 클릿으로 발이 고정되어 있으니 페달을 밟을 때 뿐만 아니라 다시 들어올릴 때도 힘이 전달되는 덕에 페달링이 한층 수월했다. 그와 동시에 다시 들어올릴 때에도 힘이 들어가니, 자연스레 햄스트링도 운동이 됐다. 덕분에 같은 힘으로도 한층 수월하게 오르막을 오를 수 있었고, 평지에서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었다(물론 첫 라이딩에선 무서워서 속도를 거의 내지 않았지만..).
그리고 신발은.. 일단 디자인이 예뻐서 마음에 들었다. 비록 처음 생각했던 검은 색은 아니지만 흰색도 충분히 괜찮았다. 이 신발이 왜 칼발인 사람한테 잘 어울리는지 눈으로 확인했다. 얄쌍(?)하게 잘 빠졌더라. 게다가 요란한 무늬가 있어 튀는 신발도 아니다보니 어느 옷에도 잘 어울린다. 다만, 나같이 클릿슈즈가 처음인 사람이라면.. 클빠링 때문에 금방 때가 탄다는 건 감안해야겠다.
착용감 역시 좋았다. 라이딩 후반부엔 발가락이 살짝 저리긴 했는데, 중간에 쉴 때 신발 끈을 너무 바짝 조여서 그런거라 신발 문제는 아닌 것 같고.. 발볼때문에 신발이 구겨지지도 않아 딱 맞았다.
다만, 클릿 슈즈가 위험한 건 사실이었다. 일반 운동화 신고 탈 때야 돌발상황이 있으면 발을 떼면 그만이지만, 클릿 슈즈를 신은 상황에선 그런 상황에서도 발이 바로 빠지는 게 아니다보니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여지가 컸다. 특히 클릿 슈즈가 처음인 내 입장에선 큰 부담이었다. 그래서 집으로 가는 동안 평소 내던 속도의 2/3정도만 내며 주위를 살펴보며 갔다.
8.
어느새 클릿 슈즈를 산지도 3달이 되어간다. 사실 처음 2번정도 라이딩하고선 약간 부담스러워서(쫄보..) 한동안은 계속 운동화만 신고 다녔다(+운동화용 평페달도 하나 새로 샀지...). 그러다 며칠전에 오랜만에 클릿슈즈 신고 나갔는데, 늦은 밤에 타서 그런지 몰라도 사람이 적어 부담이 덜했고, 나름대로의 속도감을 느끼며 수월히 라이딩했다. 특히 같은 힘으로도 더 먼 거리를 다녀왔으니...
아무튼 이제 라이더 구색(...)은 다 갖췄다. 이 말인 즉슨 그만큼 위험성도 높아졌다는 뜻이겠지. 앞으로 조금씩 더 클릿슈즈에 적응해야지. 일반 운동화로 탈 때보다 한층 더 조심하며 안전 라이딩 하겠습니다!
클릿슈즈 신는 법이라는 검색어가 잡히는데... 이건 뭐 간단하다.
1. 클릿슈즈를 신는다.
2. 신발끈을 조인다.
- 보통 슈즈 측면에 다이얼이 부착된 신발이 많을텐데, 그 다이얼을 표시된 방향 따라 조이면 된다.
적어도 필자가 구매한 슈즈는 다이얼에 방향표시가 있다.
3. 신발을 벗을 땐 신발끈을 푼다.
- 이건 좀 주의해야될 부분이 있는데, 타사 제품은 몰라도, 피직 슈즈의 경우...
끈을 풀어야 할 때 다이얼을... 들어야 한다!! 그러면 조여진 게 풀리는 소리가 나면서 끈을 느슨하게 풀 수 있다.
절대 다이얼을 반대 방향으로 돌리면 안된다!!! 자칫 잘못하다 다이얼이 망가져서 못 신는다...
근데, 검색하신 분이 정말 알고싶었던 건 아마.. 클릿슈즈를 자전거 페달에 체결하는 방법이 궁금했겠지?
1. 체결하고자 하는 페달을 수평으로 만든다.
- 일반 페달과 달리, 클릿 페달은 뒷부분이 무겁기 때문에, 페달링하지 않을 땐 보통 수직으로 서있다.
2. 한쪽 발을 먼저 페달에 올린다.
3. 발을 앞쪽으로 밀어준다.
4. 앞쪽이 걸렸다 싶을 때 뒷부분에 힘을 주며 눌러준다.
5. 이 때 '딸깍'하는 소리가 나고 페달이 발에 달라붙어있으면 성공.
6. 천천히 주행하며 반대쪽 발도 위와 똑같이 하며 체결하면 슈즈 체결 끝.
더 중요한 건 체결된 슈즈를 페달에서 분리하는 법!!
1. 한쪽 발의 발목를 자전거 바깥쪽 아래 방향으로 눌러주듯이 비틀면 페달이 빠진다.
- 발목(혹은 발)을 위로 들면 페달이 같이 끌려올라올 뿐이고, 중심만 흐트러질 뿐이다..
2. 나머지 발도 똑같은 과정으로 빼준다.
- 처음에 적응할 때 반드시!! 오른쪽과 왼쪽 가리지 않고 '먼저' 슈즈를 빼는 연습을 해두자.
(오른발 슈즈부터 빼기, 왼발 슈즈부터 빼기)
보통 자전거 탈 때 먼저 딛는 발이 있을것이고, 클릿슈즈를 신어도 그 발부터 먼저 분리할 것이다.
하지만 위험한 상황에선 자전거가 반대로 쏠려 넘어질 수도 있다. 그 때 연습이 안되어있다면 자전거 탄 그대로 땅바닥에...😱
그러니 이런 상황을 대비하여 오른발부터 먼저 빼는 연습도 필요하다.
(이런 말 하는 나도 오른쪽 발부터 분리하라 하면 한껏 의식한 상황에서 빼야 안 넘어진다... 습관이 이래서 무섭다..)
텍스트로 쓰려니 더 복잡해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복잡한 과정은 아니니
클릿슈즈 신으시려는 분들께선 꼭 연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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