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
어젯밤에 열찻간에서 인스타를 보기 전까지 작년 오늘이 이 자전거를 중고로 영입하러 갔던 날이란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마 이 시간쯤에 저녁먹고 집으로 오고 있었을텐데. (인스타야 기억해줘서 고마워..) 첫 자전거에 비해 모든 면에서 몇 단계 위인 자전거인 만큼 이전 자전거로는 엄두도 못냈을 공도 라이딩을 여럿 다녀왔다. 게다가 (힘들어서 내려놨지만)업힐도 지금껏 평생 탔던 것보다 많이 탔으니까.

근데 주기적으로 한 가지만 하는 거 별로 안좋아하는 인간이 대체 어떻게 작년 봄부터 가을까지 매 주말마다 자전거에 올인하다시피 했었을까. 그것도 지난 몇 년간 이어오던 사진까지 제쳐가며 말이다. 어제 열찻간에서 잠시나마 생각해봤는데..
결국 이것도 여행이고, 안장 위 풍경이 내게 새로운 자극을 줬기 때문이란 결론에 도달했다. 뼛속까지 역마살에 즉흥투성이인 내게 자전거는 신선한 자극 그 자체였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자연스레 역마 욕구를 해소했다. 여기에 기존에 차로만 왔던 곳을 자전거로만 왔다는 성취감은 덤. 안장 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기존에 내가 알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차나 대중교통에 비해 느리지만 그 과정까지 하나하나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일까, 같은 곳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건 썩 내키지 않더라. 특히 "남산 업힐"은 이젠 갈 때마다 힘들더라. (물론 업힐 고자가 몸까지 불어서 유독 힘들어하는 것도 맞지만)나도 모르게 시간이 눈에 들어오며 힘이 들어가는데, 내가 선수도 아니고 왜 여길 반복해야하지 라는 생각이 들고, 힘만 들고 재미는 없고...
여기에 라이딩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몸관리가 잘 안됐던 듯. 특히 뜨겁고 습했던 6~7월에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라이딩 할 때마다 사고를... 고글에 교통카드에 스마트폰까지 두고와..🤦♂️ 4차선 갓길에 쌓인 모래때메 공도위에서 낙차하는 사고까지 이어지며 스트레스가 즐거움을 앞질렀고, 결국 그게 작년 가을부터 라이딩 횟수가 급감한 결정적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지금까지 이녀석과 함께 다녀온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짧게는 그저께 다녀온 하늘공원 전망대부터 북악산 팔각정, 전류리포구, 광릉수목원, 십리포해수욕장, 노동당사를 넘어 탄금대까지.. 올해 역시 이 녀석과 함께 새로운 곳 돌아다니며 많은 걸 보고 느끼고 싶다.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영종도 일주, 평택, 강화도에 가오리코스, (아직 두렵지만)멧돼지 코스까지 많다. 여기에 춘천이랑 임진각도 새 자전거로 다시 가보고프고..
대신 지난 1년간 느낀 바가 큰 만큼 무리하지 말고, 속도에 마음을 비우고 풍경을 즐기는 즐겜러가 되고자 한다. 정 안땡기면 그냥 한강 좀 타지 뭐. 어쨌건 즐겁게 오래 타고 싶으니까. 물론 인스타에서 올라오는 코스들(동부3고개 등등) 한번씩 가고프지만, 너무 욕심내진 말아야지. 특히 남산 업힐은 올해엔 웬만해선 피할 예정. 정말 숙원사업? 비슷한 남사북 업힐 갈 게 아니라면 아예 다른 데 가고 말 듯. 다시 스트레스 받을 게 뻔하니까.
아무쪼록 올 한해는 지난 1년보다 더 즐겁고 안전하게 라이딩하겠다. 2022년이 2021년보다 내 주관대로 탔던 만큼 2023년에는 2022년보다 더 나답게 타겠다. 올 한해도 즐겁게 타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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