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고마웠다.
170204. 난생 처음으로 로드자전거를 영입한 그날이 아직도 선명히 기억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똥배짱으로 아무 보호구도 없이 그 높은 공도를 타고 집에 갈 생각을 했던 건지(심지어 주말이라 지하철 타고 오면 됐는데!!) 모르겠는데...
그러던 내가 어느새 온갖 라이딩 저지에 클릿슈즈는 물론이고 속도계까지 갖춘 케이던스의 노예(...)가 되었다. 시작할 때만 해도 제대로 된 헬멧조차 없었는데(그래서 위에 말한 저게 미친 짓이란거지...), 몇 년에 걸쳐 옷부터 주변기기까지 자전거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갔고, 작년부턴 인스타그램에 운동계정만 따로 팔 정도로 본격적으로 파고들었다. 나날이 자전거에 더 재미가 붙였다.
그렇게 올해 봄 카본 바디로 기변하기 전까지 5년 동안 열심히 타고 다녔다. 위 캡처에 기록한 스트라바 거리에 스트라바 쓰기 전에 탔던 것까지 다 합해서 총 3800~3900km 정도 탔을 거다. 비록 굇수분들이야 이 정도 누적거리는 반년이면 충분히 채우실 정도로 작은 거리겠지만 초심자 입장에서 이 정도면 내가 앞으로 자전거를 계속 탈 지 충분히 고민했을 법한 누적 기록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자전거 기변을 결심했을 때 적어도 "새 자전거에 들인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탈 거라는" 확신이 있었던 거고.
자 그러면 이제 그 자전거의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에... 이걸 그저 말만 하고 지나가긴 아쉬워서, 이 공간에 남겨둔 기록들을 톺아봤다. 관심있으신 분들께선 옆에 걸어둔 링크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기록1 / 기록2 / 기록3 / 기록4 / 기록5 / 기록6 / 기록7 / 기록8 / 기록9 / 기록10 / 기록11 (어우 많다ㅋㅋㅋㅋㅋ)
사실 아직 제대로 된 지름글조차 안 썼는데 작별글부터 쓰는 게 민망하긴 하지만, 원래는 3월에 새 자전거를 들인 후에도 어떻게든 기존 자전거를 활용하고 싶었다. 안 그래도 작년? 쯤부터 본가에 내려갈 때마다 눈앞에 보이는 자전거도로가 너무 탐났던 터라 어떻게든 이 자전거를 고향에 내려보내어 활용해보고 싶었다. 집에 어떻게든 보관한 다음에 명절에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내가 정비하고 쓰면 되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욕심이고, 나 하나 좋자고 본가에 짐을 얹힐 순 없는 노릇이었다. 내 집도 아니거니와 자전거 피팅값을 떠나 본가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자전거 피팅 여부를 떠나 부모님께선 자전거를 별로 안 좋아하시고, 동생은 자전거를 못 탄다) 애물단지일 뿐..
결국 고향땅에서 이 친구와 함께 낙동강과 금호강을 누비겠다는 꿈을 고이 접었다. 그와 동시에 앞으로 자전거를 더 아껴줄 새 주인을 찾아주기로 결심하여(+푼돈이라도 환가처리!) 중고장터에 글을 올렸고, 지난 11월 26일에 당근을 통해 (나쁘지 않은 금액으로) 새 주인의 품에 안겼다. 5년 동안 쏠쏠히 탄 걸 생각하면 돈 값은 이미 하고도 남았지만, 어쨌건 정들었던 물건을 떠나보내니 아쉽긴 하더라. 거래하기 직전에 사진이라도 한 장 남겨둘걸..
이 글을 사실 지난달에 팔자마자 바로 써서 올렸어야 했건만,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벌써 1달 가까이 지났다. 매번 써야지 써야지 말만 하고선 블로그에도 잘 안 들어오고, 뭘 써도 짤막한 사진이나 영상만 올렸으니(...). 그래도 1달이 지나기 전에 이렇게 정식으로 작별인사 했음 됐다. 이렇게 크리스마스에(?).ㅎㅎ 잡설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정말 인사하자.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 앞으로 새 주인 품에서 더 많이 이쁨 받고 쓰이길!
170204~2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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