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23>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직관기 (+ K리그 클래식 서울 : 포항 관전평)
드디어!! DSLR 들고 상암 원정 경기를 보고 왔다. 상암경기장 전경이야 하늘공원에 갔을 때 이미 담을만큼 담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하늘공원 가는 길에 마주쳤을 뿐. 상암에서 마지막으로 축구봤던 건 2년 전 여름. 그 땐
평일 저녁에 퇴근하다 갑작스럽게 보러 간 거라 카메라를 들고 갈 겨를이 없었다.[각주:1]
사실 인천 숭의아레나에 1년에 한 번씩 보러 가는 것에 비해 눈에 띌 정도로 발길이 뜸한 편이다. 왜냐면 경기장이 예쁘고 피치와의 거리가 가깝다보니 축구 볼 맛이 나서 인천 숭의아레나에 유독 자주 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닌데.. 포항이 인천에선 승승장구하는[각주:2] 반면 상암 원정만 오면 죽쑤다 보니[각주:3] 아무래도 이기는 경기를 찾게 되더라..
그러다 지난 10월 초 동해안더비를 보고서, 시즌이 끝나기 전에 직관 한 번 가기로 마음먹었다. 파이널라운드 일정이 확정된 후, 상암경기가 있어 보러 가기로 결정.[각주:4] 그리고 지난 주말이 왔다. 경기일 며칠 전부터 기온이 뚝 떨어져서 춥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경기를 앞두고 다시 기온이 올라갔고, 하늘도 맑고 깨끗했다. 경기 보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다. 경기장에 도착하여 원정석 표를 구입한 후, 홈플러스에서 맥주를 1PET 사서 경기장에 들어갔다. 표 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바람에 초반 3분 가량을 놓쳤다..[각주:5]
아래는 경기 중에 찍은 사진들이다.
전반전 경기 중.
전반 40분경, 완델손이 PK를 얻어냈을 때의 사진들이다. 상황이 재밌어서 사진을 모아봤다.
완델손이 PK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원래 예정된 키커는 팔로체비치였고..
팔로체비치에게 기회가 갔다. 완델손이 짜증내고[각주:6] 일류첸코 등 주변 선수들이 달래는 중.
킥하는 순간. PK는 성공했지만 선수들은 완델손 달래느라 진땀 빼더라. 일류첸코가 팔로체비치를 말리며 완델손에게 고마워하라고 ㅋㅋㅋ
전반이 끝나고 화장실에 다녀온 다음, 후반전을 봤다. 아래는 후반전 사진 모음.
이야.. 상암에서 3:0이라니!!! 크..
아래는 간단한 경기 정리.
전광판에 뜬 우리팀의 포지션 보자마자 팔로체비치가 마음껏 뛸 수 있도록 모든 환경을 갖춰준 포메이션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제 용병선수 제대로 쓴다는 생각과 함께 그만큼 팔로체비치가 기대에 부응해야 할텐데 라는 걱정이 들었다. 비록 서울의 최근 흐름이 좋지 않았지만, 상암 원정은 항상 힘들기 때문이다.[각주:7]
하지만 우려와 달리 정말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완승을 거뒀다. 역대 직관한 경기 중 가장 큰 점수차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직관한 경기' 중 세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경기력이었다.[각주:8] 안그래도 상암에서 이기는 걸 한 번도 직접 못봐서 답답했는데, 시원~하게 해결했다!!
그야말로 모든 부분에서 상대를 압도했다. 전반부터 원정인 걸 감안하면 우리 페이스대로 경기가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비록 전반 중반에 이명주가 우리 팀 골대를 맞추는 등 잠시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조금만 더 잘하면 우리한테 기회가 올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딱 적절한 타이밍에 터진 팔로체비치의 PK골!!
후반에 들어 서울이 막강한 공세를 퍼부을 거라 예상했지만, 그럴수록 경기는 우리 페이스대로 흘러갔다. 우리에게 더 많은 공간이 생겼고, 그만큼 더 많은 역습기회가 찾아왔다. 그리고 팔로체비치와 완델손의 완-벽한 골!! 상대의 높은 수비라인을 십분 활용한 골이었다. 완델손의 세번째 골까지 터지자 상암경기장이 싸늘하게 식었다. 오직 원정석의 포항 팬들만 기쁨에 겨워했다. 그 쾌감이란...!!! 고요한 분위기를 만끽했다. 이윽고 서울 선수들의 뇌절플레이(...)가 이어졌고, 큰 위기 없이 경기가 끝났다.
경기가 끝나고 선수단이 우리 앞으로 찾아와서 인사, 셀레브레이션을 했다.
이긴 날엔 역시 셀레브레이션!! 상암에서의 쾌승이라 다들 표정이 좋다.
특히 눈에 들어왔던 일류첸코. 누가 보면 이 팀에서 몇년 뛴 느낌이다. 진짜 적극적임.
기동아재. 경기력이 좋아서 그런지 표정이 매우 좋으셨다. 다음 시즌도 잘 부탁드립니다요.
송민규. 사진 되게 아이돌같이 나왔네..ㅋㅋ 무럭무럭 자라길.하지만 그 찬스는 넣어줬어야 했다...
경기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하고, 선수 개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하는데, 마침 끝나고 집에 가며 짤막하게 남겨뒀던 게 있다. 표현만 살짝 다듬어서 올려보겠다.
- 완델손 : 전반엔 드리블 돌파가 통하지 않으며 템포를 끊어먹었는 감이 있었는데, 후반에 완벽히 살아났다. 우리가 리드하면서 공간이 생기니 덩달아 살아나더라. 근데 경기력이랑 별개로 볼 키핑은 선수들 사이에서도 어나더 클래스. 공을 잡고 있으면 뭔가 기대가 됨.
- 팔로세비치 : 내가 뽑은 오늘의 mvp. 뒤에서 수비적인 지원 받으며 공격에 집중하니 역시 공격을 잘 풀어나간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정통 플레이메이커.
- 일류첸코 : 오늘 경기의 숨은 공신중재자ㅋㅋㅋ 경기도 경기지만, 용병이 맞나 싶을 정도로 최고의 멘탈을 지녔다. 이름따라 산다더니 진짜 일류 그자체.
- 이 팀 응원하면서 용병이 경기를 책임지고 있는 걸 처음 보다시피 한다.황새감독 시절부터 응원하기 시작해서.. 3명 모두 무조건 재계약하자.
- 심상민 : 잘하더라. 왜 요즘 기량이 물올랐다고 하는지 눈으로 확인함. 임대생인 게 아쉬울 뿐..
- 정재용, 최영준 : 오늘 둘이서 중원을 씹어먹었다. 정말 잘 데려왔음.
- 송민규 : 전반엔 아쉬웠지만 후반에 폼이 살아났음. 어시도 기록하고.. 그래도 그 찬스는 넣었어야지...-ㅅ-
- 김광석은 역시 명불허전이고, 하창래-강현무도 잘해줬다. 근데 하창래는 경기 볼 때마다 거칠어서 조마조마하긴 함.그래도 수비에 주장님을 끼얹는 것보다야(...)
셀레브레이션이 끝나고, 분위기에 취해 상암경기장 주변을 돌며 사진을 몇 장 담았다. 경기를 이기니 노을이 평소보다 더욱 아름다워보였다. 그 중 괜찮은 사진 몇 장을 추려봤다.
올 여름까지만 해도 이번 시즌은 포항을 응원한 이래로 가장 형편없던 시즌 중 하나였다. 프런트부터 전임 감독까지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멀쩡한 선수 버리고 이상한 선수들 막 데려오질 않나, 팀 기둥뿌리를 뽑아버리질 않나, 지고있는데 기도만 하고있질 않나....
결국 감독이 김기동으로 바뀐 후 잠깐 살아나는 듯했지만 이번여름 춘천에서의 그 치욕스런 촌극을 실시간 중계로 지켜보며 기대를 저버렸다. 진심으로 이 팀은 이번시즌 희망이 안 보인다고 생각했다. 설상가상으로 김승대까지 팔아버리는 걸 보면서 이 팀이 정말 갈때까지 갔다 싶었고, 내 정신건강을 위해 관심을 끊다시피 했다. 가끔 결과만 확인하는 정도..
그런데 8월에 인천에 5:3으로 이기면서부터 기적적으로 팀이 살아나기 시작하더라. 그 때부터 팀이 다시 살아나더니 동해안 더비에서 극적인 승리..!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상위스플릿 진출까지. 비록 내년 아챔 진출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지금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특히 그 위기를 이겨냈다는 점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내년엔 처음부터 차근차근 승점 쌓아서 오랜만에 아챔 나가보자!
- 직장에서 경기장까지 2시간 정도 걸렸다. 아, 회사에 카메라를 들고...? 흠터레스팅. [본문으로]
- 2015년 숭의아레나 무승 징크스가 깨진 후로 직관한 경기 전승. [본문으로]
- 그리고 상암에서의 직관 성적은 1무 2패. 한 번도 못 이겨봤다. 반면 다른 경기장에서는 지금까지 직관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본문으로]
- 원래 대구 경기장에 가고팠지만 파이널라운드는 포항 홈 경기였다. 포항 경기는 너무 멀었고... [본문으로]
- 이 날 유상철 감독의 쾌유를 빌며 30초간 박수쳤다고 하더라.. 쾌유를 빕니다. [본문으로]
- 최근 스탯이 안좋아서 골이 필요한 상황이긴 했다. 그리고 PK도 사실상 자기가 만든거라.. [본문으로]
- 2014년 전까지 근 10년간 상암 원정 징크스가 이어졌었다. 2014년 이후의 상암 전적 또한 백중세. [본문으로]
- 황새감독 시절 포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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