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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hte Liebe

돌아다니며 사진찍고, 책도 읽고, 그깟 공놀이에 일희일비한 기록을 글로 남기는 평범한 공간. (복붙식 댓글 혐오합니다. 진짜 욕할지도 몰라요.)

니콘 FM2 서른일곱번째 롤.

  • 2021.01.31 00:10
  • Photo/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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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X같은 날의 연속이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개같이 털렸다. 내 속에서 '게이지'가 끝끝대로 찼다. 운동도 제대로 못하다 보니 탈출구마저 없었다. 이대로 가다간 뭐라도 사고를 칠 것만 같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털어내야만 했다.

 

  다행히도 게이지가 터지기 직전에(아니, 살짝 흘렀나?) 주말이 왔다. 그간 묵혀뒀던 Provia 100F 필름을 카메라에 물렸다. 본디 서울 밖으로 바람쐬러 가는 날에 꺼내두려고 아껴둔 필름이었으나, 창덕궁-창경궁이면.. 그만한 값어치(?)는 하고도 남잖아? 게다가,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날카로운 햇살을 보고 있으니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예상대로 찬 공기가 살갗을 마구 헤집고 다녔다. 조금만 카메라를 쥐고 있어도 손가락에 감각이 무뎌졌다. 설상가상(?)으로 창덕궁-창경궁이 난생 처음도 아니었고, 지금까지와 비교했을 때 딱히 특별할 것도 없었다. 그래도 필름으로 끌리는 순간마다 하나하나 담고 있으니 리얼-라이프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그렇게 입장한 지 1시간여가 지났고, 창경궁에서 나왔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홍화문 뒤에 비친 남산타워를 담으니 필름 레버가 더이상 돌아가지 않더라. 이 좋은 필름을 1시간만에 다 채운 나놈, 진짜 레전드다... 근데, 아무렴 뭐 어때. 그만큼 값진 풍경 담았는데 뭐. 일단 사진관에 맡기자.

 

  근데, 악성 저기압일 때 찍은 사진치곤 정말 밝게 나왔다. 그 날 햇살이 정말 좋았던 걸 감안하더라도 반스탑 정도 밝게 나왔다. 내 사진이 아닌것만 같았다. 억지로라도 밝길 바랬던걸까? 그래도 이 사진을 본 혹자가 나름대로 느낌있게 나왔다고 하여 일말의 자신감을 가지고 그 결과물을 올려본다. 모두 즐감하시길.

 

 

1. 창덕궁

 

 

 

 

 

 

 

 

 

 

 

 

2. 창경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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